한국임상시험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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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수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임상시험 사랑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하여 임상시험의 참된 의의와 가치를 나누고 있습니다.
게재된 작품들은 임상시험 사랑 콘텐츠 공모전의 수상작들로, 소개된 사례나 경험이 전체 임상시험의 결과를 대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는 개발 중인 신약뿐 아니라 대조군에 해당하는 표준치료제 또는 위약만을 처방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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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 설 때 들리는 소망의 노래

2018 임상시험 콘텐츠 공모전
참여수기 부문 대상 수상작 정혜경님

가을동화의 주인공이 되다

2003년 어느날. TV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백혈병이라는 가을동화에서 남의 일 같이 보았던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 일어났다.
어떤 이유인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언제부터였는지, 또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지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채로 그저 받아들여야만 했다.
가장 큰 기둥이었던 우리 어머니는 아직 가장 인생에서 할 일이 많은, 또 삶의 열매를 아직 거두지도 못한 40대였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암에 대한 생존율도 높지 않았고, 또 항암제도 많지 않았기에 암은 곧 죽음과 같았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딸로서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치료비가 없었던 형편에 어머니는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자의퇴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진이 치료를 맡았지만 아주 길어도 2달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의퇴원을 한 후 우리 가족은 그저 어머니의 죽음을 집안에서 기다릴 뿐이었다.
우리 어린 세 딸들은 마주한 어머니의 죽음 앞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그저 어머니 가는 날 까지 충분히 사랑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어머니 옆을 늘 지켜드렸고, 그래도 단 몇 일이라도 마음을 전하고 죽음을 준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그저 감사했다.

뒤늦은 후회와 그만큼 커져버린 사랑의 크기

하루하루의 삶은 늘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후회 없는 하루를 살아야지 매일 다짐했다.
힘에 겨운 삶 속에 괴로움을 어머니에게 모진 말과 폭력으로 푸시던 우리 아버지도 이제는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는 시간 속에 어머니에게 다시 마음을 집중하고, 사랑의 표현을 하셨다.
왜 우리가족은 진작 이렇게 사랑할 수 없었을까 그 많은 시간 동안 우리는 왜 힘든 삶, 서로를 힘들게만 했을까 이제 정말 늦은 걸까?

그 당시 유일한 항암제였던 글리벡을 복용했지만, 너무나 비싼 값을 감당하기 버거웠고, 각자의 체질이나 혈액학적 조건으로 맞추어진 약이 많이 없어서 개인의 특성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는 항암제가 없는 형편이었다. 결국 글리벡에 대한 내성이 생겼고, 그마저도 복용할 수 없게 되어 치료방법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 마주한 한줄기 빛 - 임상시험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투병소식을 들은 외삼촌은 아직 포기하지 말자고 모든 방법을 찾아보던 중 여의도성모병원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임상시험 약에 대한 임상시험대상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두운 터널 속에 한줄기 빛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그 무엇보다 크게 다가온 것은 치료비와 약값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선택권이 없었던 우리가족은 마지막 방법이라 생각하며 임상시험에 지원했고 마지막 모집 대상자로 등록할 수 있었다

당시 사람들에게 임상시험은 지금보다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가족이 그때 임상시험에 대한 걱정만으로 그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 신약을 복용하지 않았더라면 16년이 지난 지금 존재할 수 있었을까?
생사의 기로에 놓인 많은 사람들이 의료진을 믿고, 또 살려는 의지와 마음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많은 약이 시판되어 다른 사람들의 생명까지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머니를 살린 신약은 현재는 시판이 되어 지금까지 어머니의 생명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두 달만 살 줄 알았던 어머니는 제 2의 삶을 살게 되면서 우리 가족 모두 희망이 생겼고, 투병의 시간을 통해 잃었던 사랑도 회복되었다.

새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간호사의 길

내가 청소년기 시절에 겪은 이러한 경험은 나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나의 진로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아픈 어머니와 같은 환자가 새 생명을 얻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느꼈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간호사의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고, 지금 나는 16년 전 어머니를 살렸던 그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환자들에게 진심을 다해 말을 전해줄 수 있다. 의료진을 신뢰하는 마음과 살아야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임상시험은 제 2의 인생을 열어줄 유일한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이 과정을 거친 후에는 또 같은 아픔을 겪는 다른 환자들이 치료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생명의 기쁨은 함께 나눌수록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진심을 다해 전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었다.

지금도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한 명 한 명의 환자를 대할 때마다 그 앞서는 걱정과 슬픔에 잠긴 마음들이 이 신약을 통해 조금이라도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절망에 빠진 그 가정에 행복을 안겨줄 수 있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도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나의 자리에 있다.
오늘도 죽음을 목전에 두고 오는 환자들이 다시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가 그 전보다 더 감사한 하루를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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