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임상시험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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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수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임상시험 사랑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하여 임상시험의 참된 의의와 가치를 나누고 있습니다.
게재된 작품들은 임상시험 사랑 콘텐츠 공모전의 수상작들로, 소개된 사례나 경험이 전체 임상시험의 결과를 대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는 개발 중인 신약뿐 아니라 대조군에 해당하는 표준치료제 또는 위약만을 처방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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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2018 임상시험 콘텐츠 공모전
참여수기 부문 장려상 수상작 임수이님

나는 전신루푸스 환자입니다

딸아이가 우유가 없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순간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슈퍼까지는 차로 5분 거리. 지금시간 오후 1시 45분. 햇빛이 가장 뜨겁게 내리쬐는 시간. “그래, 5분 안에 우유만 사서 빨리 집으로 오면 되는데 뭘~” 그렇게 우유를 사러 나는 긴 옷과 마스크로 완전무장을 하고 시동을 걸었다.

우유를 사고 집으로 오는 길에 갑자기 자동차 시동이 꺼졌다. 에어컨이 멈췄고, 차문을 열고 나가면 건물도 그늘도 하나 없는 외진 시골길 이였다.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하얘지더니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다급한 마음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가 갑자기 멈췄어. 어떡해. 빨리빨리~”

다급한 목소리를 전해들은 남편은 보험회사에 연락할 테니 침착하게 있으라고 했다. 나는 혹시나 햇빛이 새어 들어올까 웅크려 온몸을 차 밑으로 감추었고 에어컨이 꺼진 차 안에서 땀 범벅이 되어 두려움에 떨었다.

평범한 사람들에겐 아무렇지도 않을 법한 상황이지만 나에겐 정말이지 끔찍했던 순간이었다. 남편 없이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나는 전신루푸스 환자다.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아직 어린 세 자녀들이 있기에 희망을 놓지 못하고 스테로이드제와 면역 억제제에만 의지한 채 엄마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부족한 엄마이다.

병원진료가 있는 날, 혈액검사결과가 예상대로 좋지 못했다. 담당교수님께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었다. 사실 이날은 큰 결심을 하고 간 날이기도 하다. 전부터 임상시험에 관해서 교수님이 말씀을 해주셨지만 왠지 모를 거부감으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외국에서는 이미 시판되어 루푸스 치료제로 쓰인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고 스테로이드제가 아닌 루푸스만을 위한 치료제가 하루빨리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그렇게 나의 임상시험은 시작되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온 간호사 한 분. 앞으로 일 년 동안 나와 함께 할 조애라 연구 간호사였다. 평범한 삶을 꿈꾸며 매달 센터에 들렀고 연구 간호사분과도 소통하며 친해지기 시작했다. 몸에서 무슨 큰 변화라도 일어 날 줄 알았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도..

나의 일상으로 찾아온 햇살

어느덧 봄이 찾아왔고, 밭에선 봄나물 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었다.

“달래다!”

나는 된장국에 달래를 넣어 끓이면 식구들이 좋아할 생각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래를 캤다. 한참을 캐다가 알았다. 내가 봄 햇살 아래서 지금 달래를 몇 시간 동안이나 캐고 있단 걸. 그토록 싫어하는 햇빛을 한참이나 쬐었던 것 같았는데 무섭지도 싫지도 않았다. 무서워서 피하려고만 했던 햇빛이 나도 모르는 사이 따듯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관찰력이 뛰어난 연구 간호사가 나를 보더니 얼굴빛이 좋아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요즘 나는 햇빛을 조금씩 받으며 텃밭을 가꾸고 있다.

정말이지 엄청난 놀라운 변화다.
임상시험이 끝나고 나니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왔다. 한때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임상시험을 꺼려했었는데 직접 경험을 해보니 내가 한 것은 따듯한 선행이었다

수많은 환자들이 치료제가 나오길 간절히 바라는데 나의 참여로 한발 짝 가까워 진 것만 같았다. 나는 그토록 싫어했던 햇빛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를 아프게만 하는 것 같아서 피하려고만 했던 햇빛이 봄 햇살처럼 따듯하단 걸 알게 되었다.

따듯하게 웃으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 주었던 조애라 연구간호사, 정경희 교수님께 받았던 따뜻한 진료, 아픈 나를 병원까지 데려다 주셨던 김성준 의원님의 따듯했던 배려. 그 모든 것들이 봄 햇살처럼 모두 따뜻했다

많은 분들의 따듯한 관심과 노력 속에서 나는 조금씩 치료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 또한 임상시험참여로 마음이 따듯해 졌다는 걸.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따듯한 봄 햇살을 받으며 깨어나는 봄꽃처럼. 우리는 많은 관심과 노력 속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추운겨울을 이겨내면 결국 봄은 찾아오고 햇살은 따스하게 우릴 비출 것 이라는 걸.

톱니바퀴처럼 계절은 계속 돌고 나의 임상시험은 끝이 났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참여를 하고 그렇게 돌고 돌아 하루빨리 치료제가 나오길. 고통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난치병 환자들에게 치료제는 희망이다. 건강하지 못한 몸 때문에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회와 단절 한 채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치료제는 이 가혹한 현실에서 꺼내 줄 햇살이다.

그렇게 나의 임상시험은 환자들을 위해 따스하게 비춰준 햇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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