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임상시험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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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수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임상시험 사랑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하여 임상시험의 참된 의의와 가치를 나누고 있습니다.
게재된 작품들은 임상시험 사랑 콘텐츠 공모전의 수상작들로, 소개된 사례나 경험이 전체 임상시험의 결과를 대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는 개발 중인 신약뿐 아니라 대조군에 해당하는 표준치료제 또는 위약만을 처방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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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임상시험 참여가 첫 임상시험 입니다.

2018 임상시험 콘텐츠 공모전
참여수기 부문 장려상 수상작 김하경님

타 부서에서 들려오던 그 ‘무엇’

병원 안 연구소에서 의료기기 개발 일을 하는 나에게 임상시험이란, 그저 건너 부서 간호사 출신 선생님들이 CRA, CRO 등 늘 들어도 헷갈리는 말과 어려운 단어들로 환자 그리고 회사와 함께 항상 바쁘게 일하는 그 '무엇' 이었다.

아마도 작년 이 때쯤 이었던 것 같다. "인공망막 이식술" 이라는 안과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전달받았고, 내가 맡게 된 역할은 기술지원이었다. 임상시험에 기술지원이라는 게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소함과 함께, 임상시험에 대해 모든 게 낯선 나에겐 사실 조금은 부담이기도 했다.

그 당시 국내에서 최초로 시행되었던 이 임상시험은, 시세포가 망가지면서 점점 시력을 잃어가다가 결국엔 실명에 이르는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망막에 전극 칩을 이식하여 안경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신호가 무선으로 망막 속의 칩과 통신하여 우리 뇌가 인식하게 하여, 전자로 된 시각이지만 사물을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역할은 수술 전 환자의 상태를 프로그램을 통해 측정하고, 수술 도중과 수술 후에 망막 속에 이식된 전극 칩과, 카메라가 환자에게 맞게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조정해 주는 것이었다. 수술이 끝나고 장비로 잘 조정해 주어야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가장 막중한 임무이기도 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로 거쳐야 하는 절차도 다양했고, 동시에 해외에서 방문한 기술자와 의료진들로부터 몇 차례 교육과 함께 매뉴얼과 프로그램 작동법을 몇 번이고 연습하였다.

드디어 이 수술이 가능한 첫 환자가 등록되었고, 수술 일정이 나왔다.

인공망막 이식술 안과 임상시험에 참여하다

국내언론이 주목하고 병원차원의 이슈가 되는 큰 수술이었다. 한 회당 비용은 무려 2억, 며칠 전부터 관계되는 모든 인원이 몇 번의 회의와 점검을 진행했고, 수술 하루 전, 환자분의 상태를 체크하는 일정부터 시작이 되었다.

필요한 장비들을 연결하고 프로그램을 체크하고 다시 한 번 순서를 되짚으며 조금 긴장하고 있던 그때, 남편과 딸의 손을 잡고 떨리는 표정으로 검사실에 들어오는 환자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어릴 적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해 10년 전 거의 실명상태에 이른 환자분의 잘 부탁 드린다는 말씀에 묘한 기분과 함께 꼭 잘 되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다행히 환자의 사전 검사 상태는 아주 좋았다. 수술만 잘 되고 수술 후 조정 작업만 잘 해준다면 성공적인 첫 수술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수술 관계자들이 모두 수술 방에서 준비를 완료하였고, 국내 첫 수술의 현장을 담기 위한 카메라들과 참관 하러 온 많은 의료진들로 좁은 수술 방이 북적였다.

이번 임상시험의 기술지원을 맡은 나는 수술도중 장비 체크를 위해 긴장되는 첫 수술에 함께 했다.

6시간이 훌쩍 넘는 긴 수술이었다.

수술 중간에 망막에 칩을 이식한 뒤 전극 체크결과도 다행히 아주 좋았고 안도와 기쁨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길었던 첫 수술이 마무리 되었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전극이 자리를 잘 잡았는지 확인하고 드디어 전원을 연결하여 동작시키기 위해 검사실에서 환자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수술을 집도했던 교수님부터 계속 환자를 캐어 해주셨던 간호사 선생님까지 모두 떨리는 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긴장되고 떨렸다. 마치 내가 안과에 갔을 때처럼 환자분께 어떤 게 더 잘 보이세요? 여쭤보며, 하나하나 체크했다. 검사 작업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그 검사실 내에 함께 들어와 있는 어느 누구도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검사하는 신호에 환자분이 정확히 응답할 때마다 너무 잘하고 계시고, 수술이 잘 된 것 같다고 다들 희망찬 모습으로 검사가 모두 끝나고 전원을 연결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롭게 얻은 시각으로 새롭게 찾은 희망

드디어 마지막 검사항목까지 모두 끝이 나고, 이제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쓰고 전원을 넣는 순간만이 남았다. 환자분이 몇 십 년 만에, 눈 앞에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하기 몇 초 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안경을 쓰기도 전에 환자분과 가족들은 이미 많은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그 간절함과 지나온 세월이 그 곳에 함께 있는 모두에게도 전해졌고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때의 감정이 생생히 기억이 난다.

전원을 연결하고 눈을 뜨는 그 순간을 위해, 환자분 앞에 남편 분을 모셨다. 오랜 세월 앞이 보이지 않는 환자분의 오른손, 오른발이 되어준 남편 분을 처음 눈을 뜬 순간 가장 처음 보실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드디어 안경을 쓰고 전원버튼을 눌렀다.

“내가 보여? 날 찾아봐”

남편 분이 애써 울음을 참으며 하는 말씀에, 환자분은 처음 보이는 전자시각에 어색한지 잠시 두리번두리번 여기저기 한번 보시더니,

“여기 서있는 사람이 당신이야? 보인다, 보여”

하며 남편 분에게 다가가 안겼다. 너무 오랜 세월을 지나 드디어 눈앞에 남편을 찾을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어릴 때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제 엄마보다 훨씬 키가 큰 어른이 되어버린 딸도, 새로운 삶을 선물해준 교수님도, 차례로 환자분 앞에 서서 인사했다. 고생했다며 악수를 청하는 교수님의 손도 두 팔을 벌리며 안기는 딸도 모두 이젠 볼 수 있었다.

나는 눈물이 자꾸만 날 것 같아서 뒤에 서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모두 잘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임상시험도 모르고 안과장비는 생전 처음 만져보는 나에게 왜 이런 일을 맡겼는지 잠깐이라도 투덜거렸던 내가 너무 못나 보였다. 검사를 끝내고 환자분과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검사해주신 분들도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에 벅차고 소중한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뿐이었다.

몇 주가 지났을까, 병원보에 실린 환자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이제 도움 없이 횡단보도도 찾아 건너갈 수 있고, 차 소리가 아니라 차가 어디서 오는지도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시각에 연습하고 계신다고, 얼른 적응해서 내년에는 딸과 함께 여행을 가려고 하신다는 이야기였다. 반갑고 뿌듯했다, 그리고 얼른 새로운 삶 속에 가족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만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줄 아름다운 도전과 마지막 희망

그 후로 몇 번의 임상시험을 더 진행되었다, 제 각기 다른 사연으로 오셨지만, 이 임상시험에 마지막 희망의 끈으로 참여했던 그 마음들만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수술 후에 이 검사실에 들어와 처음으로 눈앞에 빛을 느꼈을 때, 사랑하는 가족들을 보았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벅찬 마음은 임상시험의 회를 여러 번 거듭해도 그 크기는 다르지 않았다.

임상시험이라는 어쩌면 낯설고 딱딱해 보이는 이 단어는, 의료진을 포함한 우리에게는 환자들을 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줄 아름다운 도전이었고, 환자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지금도 하루에 몇 통씩 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문의가 온다고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둠에 빛을 전하는 방법, 이번 임상시험을 시작으로 머지않은 그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이 수술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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