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임상시험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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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수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임상시험 사랑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하여 임상시험의 참된 의의와 가치를 나누고 있습니다.
게재된 작품들은 임상시험 사랑 콘텐츠 공모전의 수상작들로, 소개된 사례나 경험이 전체 임상시험의 결과를 대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는 개발 중인 신약뿐 아니라 대조군에 해당하는 표준치료제 또는 위약만을 처방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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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의 불편한 진실

2019 임상시험 콘텐츠 공모전
대상 김기연

47세의 나이에 돌아가신 부모님, 나에게 47세 이후의 인생은 덤으로 주어진 삶

생로병사(生老病死)는 누구도 피할 수 없다. 피안(彼岸)을 향하는 수행자도, 천국(天國)으로 안내하는 성직자도, 극락행(極樂行)을 비는 스님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보통 사람처럼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다. 하인리히 하이네(독일시인)도 말년에 루브르 박물관 앞에 쓰러져 동상을 끌어 안으며 ‘나를 어떻게 해 달라, 더 강한 신은 없느냐고’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소망은 건강하고 오래 살기를 원한다. 아니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필자는 중학교 1학년에 어머니, 3학년에 아버지께서 병으로 돌아가셨다. 당시 부모님의 연세가 두 분 다 47세였으니 오늘 날의 기준으로 보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다 보니 성장과정의 심리?정서적 충격과 고생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그 후 성장하여 가정을 이루게 되었고 삶의 여정에서 부모님 연세였던 47세 이후의 인생은 덤으로 산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60대 중반이 되다 보니 겉으로는 여유 있게 때로는 태연한 척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하였지만 심리 내면에는 건강 염려증 비슷한 공포 아닌 공포심도 내재해 있음을 부인치 않는다.

그래서 퇴직 후 생활 패턴을 국민 MC 송해 선생님처럼 따라 하기로 마음먹고 BMW(버스, 지하철,도보)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먼저 10년 지난 자가용을 폐차하고 이동할 때는 항상 버스와 지하철 아니면 걸어서 다니는 습관으로 바꾸었다. 처음에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지만 ‘어릴 적 중학교 30리 길도 걸어서 다녔는데 이쯤이야’ 하고 마음을 먹고 6개월 동안 생활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 광고에 걸린 서울대학교병원의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포스터를 우연히 보게 됐다. 그 포스터의 참여대상자라는 문구와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이라는 말에 솔깃해져 바로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비록 60대지만 기본적으로 혈압, 당뇨가 정상이고 이렇다 할 아픈 곳이 없어 젊은 사람들과 건강 지수를 비교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이참에 혈액과 소변 검사를 정밀하게 받아보고 싶은 마음에 참여를 결심하게 됐다.

가족들의 반대, 하지만 현직 의사인 사위의 조언으로 참여한 임상시험

하지만 가족들의 반대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아내는 47세 이후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했으니 이참에 우리나라 정상급 대학병원에서 진행되는 사전 신체검사로 건강을 체크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남편인 내가 임상시험 참여자가 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뿐만 아니라 결혼한 자녀들은 전후 사정을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반대를 펼쳤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입장에서는 아빠가 임상시험 대상자인 것이 싫었고, 필자의 퇴직 후 삶이 임상시험 참여비(교통비)와 교환하는 처지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안내서를 보여 주며 아무리 설득을 해도 아들과 딸은 막무가내로 반대했다. 금전적 대가가 필요하다면 저희들이 더블로 용돈을 주겠다면서 오히려 나를 설득에 나섰다.

하는 수 없이 사위에게 SOS를 쳤다. 사위는 현직 의사이기에 의학적 전문성이 있어 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사위는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진행 할 때에는 이미 전 단계인 동물시험 등에서 사람에게 투여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을 때 시행하기 때문에 그 문제는 안심해도 된다는 설명과 함께 참여해도 괜찮다고 내 편이 되어 주었다. 얼마 전 인기를 끈 KBS 주말 연속극 ‘하나 뿐인 내 편’처럼 돼가는 것 같아 속으로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덧붙여 웃으며 하는 말이 “퇴직 후 장모님하고 24시간 붙어 계시며 서로 불평불만만 하시지 말고 이 기회에 4-5일 간 떨어져 지내시다 오세요 그러면 장모님께서 더 잘 해 주실 거예요”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으로 아들과 딸에게 설명을 하고 아내한테 바이바이 손을 흔들며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로 가서 임상시험에 참여를 하게 됐다.

임상시험이 진행된 4박 5일 간 머문 입원실은 철저히 외부와 단절되어 있어 혼자 생각하고 삶을 뒤돌아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프랑스 속담의 “가정은 국가의 심장이다”라는 말이 의미하듯 새삼 가정의 소중함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부수적으로 그간 가족들에게 미안했던 일들을 떠 올리면서 지난날을 반성하는 귀중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자연에 감사의 인사가 나오고, 오가는 사람들의 자유로움을 부러워하고, 새장에 갇힌 새처럼 창밖의 세상을 동경하여 보았다.

막연한 두려움과 염려를 없애준 담당 의료진의 상세한 설명

담당 의료진의 부작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임상시험 참여 동의서 작성으로 참여한 임상시험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하루에도 몇 번씩 혈액 검사를 통하여 평소 접해 보지 못한 항목까지 신진대사가 체크된 것이다. 담당 의료진의 자세한 설명은 임상시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꺼림직 했던 나의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보통 사람은 명분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정작 그 당사자가 본인이 될 때는 꺼려하는 것이 일반적인 속성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과 같은 기본적인 건강이 유지된다면 하반기에 또 한 번 도전해 볼 것이다. 건강 상태를 체크해 좋고, 임상시험 동안 숙고의 시간도 갖게 되어 좋고, 더 중요한 우리나라 신약 개발에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자아만족감’이 생겨서도 좋다. 더불어 의료과학의 한 영역인 임상시험을 통해 ‘47세의 가족력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그럴 듯 해 보이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대표적인 착시(錯視)였다’는 인식을 극복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앞으로 나의 참여가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임상시험에 대한 보편적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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